INSIGHT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섹스 토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7세기 신라의 왕궁 연못이었던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17cm짜리 나무 조각입니다. 남성의 성기를 본떠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유물의 이름은 ‘각좆’. 실제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로, 우리나라 조상들은 동물의 뿔이나 나무를 조각하여 만든 이것을 섹스 토이로 사용했다네요.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섹스 토이의 거래에 관한 기록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 방물장수들이 각좆을 들고 다니며 과부나 궁녀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종로에 위치한 잡화점 동상전에서 각좆을 취급했어요. 이를 사러 온 궁녀들이 무엇을 찾는지 말을 하지 않는 일이 잦아 ‘동상전에 들어갔나’라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네요. 먼저 말을 하지 않고 웃기만 하는 모양을 뜻하죠.

바이브레이터는 어떨까요? 클레오파트라가 인류 최초의 바이브레이터 개발자이자 사용자라는 속설이 있는데, 근거 있는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현시점에서 기계식 바이브레이터의 시초로 여겨지는 것은 1880년 영국 내과 의사 조지프 모티머 그랜빌이 발명한 전동 마사지기예요. 남성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여성의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죠.

근육이나 뼈의 통증을 치료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신경증은 의아한데요. 신경증을 뜻하는 히스테리는 2,500여년 전 그리스에서 자궁을 부르던 히스테로스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여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이나 우울, 예민함을 느끼는 것을 모두 자궁의 탓으로 돌렸거든요. 또 성욕이 없거나 왕성한 여성도 모두 비정상적인 상태로 간주, ‘방황하는 자궁’을 치료해야 한다고 믿었죠. 그 치료법으로 고안된 것이 오르가슴이었고, 오르가슴을 유도하는 도구로 전동 마사지기를 사용한 것입니다.

전동 마사지기가 마침내 섹스 토이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입니다. 여성용 바이브레이터로 급부상한 것은 1970년대이고요. 당시 미국의 성교육 전문가이자 아티스트였던 베티 도슨이 지인의 추천으로 전동 마사지기인 히타치 매직 완드로 자위를 즐기다가 이를 자위 워크숍에서 소개하면서 히타치 매직 완드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답니다. 

섹슈얼 웰니스의 개념을 일상의 경험으로 만들자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반려 가전의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되 패셔너블한 포인트를 심어두는 것이죠. 실제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사례도 있는데요. 

데님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디젤(Diesel)은 올해 하이테크 섹스 토이 브랜드 렐로(LELO)와 협업, 렐로의 베스트셀러에 디젤의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새로운 옷을 입혔어요. 캐나다의 여성향 포르노 플랫폼 벨레사(Bellesa)는 팝스타 데미 로바토와 손 잡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반려 가전을 선보였고요. 반려 가전에 스타일을 더하는 데 앞장서는 텐가(TENGA)는 세계적인 라이브 드로잉 아티스트 고(故) 김정기 작가와 협업한 유니버스(UNIVERSE) 컵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죠. 가장 최근에는 새티스파이어(Satisfyer)가 패션 브랜드 네이키드(NA-KD)와 만나 시그니처 바이브레이터 6종을 모던한 색깔로 재탄생시켰어요.

올해 전 세계의 화두는 단연 환경 문제였습니다. 반려 가전 산업도 마찬가지였죠. 이미 많은 브랜드가 인체에 무해하면서 동물이나 지구 환경에도 해를 입히지 않는 반려 가전을 제작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리사이클링 반려 가전을 선보이는 브랜드들도 생겼어요.

덴마크의 오션(ohhcean)은 세계 최초 해양 폐플라스틱으로 반려 가전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반려 가전’의 새 장을 열었고요. 리사이클링한 메탈로 반려 가전을 만드는 영국 브랜드 러브 낫 워(Love Not War)는 최근 더 그린 프로덕트 어워드(The Green Product Award)에서 수상을 거머쥐기도 했어요.

반대로 폐기되는 반려 가전을 리사이클링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브랜드들도 등장했는데요. 미국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로즈 인 굿 페이스(Rose In Good Faith)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섹스 토이, 판매되지 못한 섹스 토이 샘플을 재활용해 운동화를 만들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어덜트 토이 메가 스토어(Adult Toy Mega Store)는 섹스 토이 리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시작, 고객이 반납한 섹스 토이에서 실리콘, 플라스틱, 유리, 전기 회로판 등 부품을 분리하여 필요한 곳으로 전달해요.